장미현, 『한국 기술노동의 사회사』 (역사비평사, 2026)
이 책은 한국 산업화의 주역이었던 ‘기술노동’을 국가 정책의 거대 담론을 넘어, 노동자 개인의 구체적인 서사와 젠더적 관점에서 재조명한 야심찬 저작이다. 저자는 ‘남성 기능공’의 탄생 뒤에 가려진 여성들의 희생과 기회 불평등 구조를 밝혀낸다.
이 책은 ‘기술력’이 단순히 중립적인 기술적 숙달이 아니라, 정치적 사회적 결과물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조안 스콧(Joan Scott)의 논의를 빌려 19세기 파리 공방에서 일한 남성 노동자만을 ‘숙련자’로 규정했던 사실을 지적하며, 저자는 한국의 권위주의 정부 아래서 노동자들이 왜 국가의 통제적 노동정책에 호응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떻게 특정 성별의 노동만이 기술적 가치를 인정받게 되었는지에 주목한다.
책 구성은 195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기술인력 양성 정책을 시대별로 분석한다. 1부와 2부에서는 국가의 인력개발 정책 구상과 그 실태를 분석하고, 3부에서는 이러한 국가의 계획과는 또 다른 결로 존재했던 남성 기술직들의 실제 경험과 인식을 파악한다.
4부 ‘배제된 여성들의 기술 형성과 전복 과정’에서는, 1960~70년대 남학생들만이 공고에 입학하여 공적인 직업 교육을 받을 때, 여성들은 무료 공공훈련에서도 배제된 채 사설 강습소에서 유료로 기능을 익혀야 했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그러나 기능을 익힌 여성들은 단순한 ‘가족을 위한 희생자’에 머물지 않았으며, 1978년 국제기능올림픽 미용 부문 동메달리스트 이문순의 사례처럼, 여성 노동자들은 생활수준의 향상과 자아 실현을 위해 주체적으로 기술을 연마했다. 원풍모방과 YH무역 노조 등에서 보여준 여성 노동자들의 강력한 리더십 역시, 남성 반장의 자의적인 판단에 맞설 수 있었던 그들의 ‘객관적 기술력’과 ‘기술에 대한 자부심’에 근거하고 있음을 저자는 실증한다.
그러나 이 책의 결론은 국가가 그토록 강조했던 ‘기능공 우대 정책’은 결국 엘리트 기능공들조차 학력을 높여 현장을 떠나려 했던 ‘탈기능직 시도’를 막지 못했고, 기술인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고자 했던 1950~80년대의 정책적 시도도 실패했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저자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거리가 생겼다.
뤼투, 우리들은 정당하다: 중국 여성노동자 삶, 노동, 투쟁의 기록, 2020
이 책은 중국의 ‘신노동자’ 연구영역을 개척한 저자가, 1951년생부터 1994년생까지 34명 여성노동자의 얘기를 담은 구술사이다.
저자가 운영하는 인터넷 교육과정을 이수한 학생에 대한 소개가 눈에 들어왔다. 가정부 여성노동자인 그는 고용주의 처분에 따라 시시각각 일의 환경이 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정신적 가치를 추구하는 인터넷 교육과정을 지속하여 고용주보다 성숙해졌다고 한다. 법률지식은 물론 공평, 존엄, 소통의 개념도 깨달았다고 한다. 고용주에게 어쩔 수 없이 머리를 조아렸지만, 그것은 인생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정신적으로 더 강해지는 것이라 저자는 설명한다. 생활고를 견뎌내며 인간의 존엄성을 찾아가는 살아있는 얘기인 것이다.
차별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엿볼 수 있는 구절이 있어 인용한다.
“바이러스는 피부색과 국적에 상관없이 국경을 넘나 들며 유행하고 있지만, 사람들은 심리적으로 분열된 채 통제 당하고 있다. 타인을 차별하는 자는 결국 본인도 차별의 시선에서 벗어날 수 없다.”[21]
선재원, 신산업혁명 시대의 고용형태 다양화와 사회적 대화: 일본 경제동우회 • 렌고의 공방과 정부의 입안, 2024
“일하는 시민의 권리”
일본의 “애매한 고용”에 대한 연구발표를 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의 노동법은 ‘직접 고용’된 자에게만 권리를 준다.
노동문제는, 작업명령을 내리는 데 고용계약 관계가 아닌 ‘간접 고용’의 문제에서, 노동서비스를 제공하고 보수를 받아도 ‘사업 계약관계’가 되는”애매한 고용”문제로 확대되었다.
일본은 애매한 고용관계에 있는 사람을 이른바 ‘프리랜서’라고 일컫는다.
일본 프리랜서 규모는 2021년 현재 실질GDP의 4.7%, 전체 노동력인구의 23%에 해당한다. 전체 노동력의 1/4에 가까운 큰 규모이지만, 극히 낮은 소득수준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일본 프리랜서협회 2023년 표본조사에 따르면, 직종은 웹디자인 26.6%, 기술계 14.8%, 출판미디어 9.9% 순이다. 계약기간은 단발로 끝나는 게 32.9%이고, 6개월 미만이 25.8%로 반 이상이 반 년 미만의 계약으로 일하고 있다.
일본은 2017년부터 ‘애매한 고용’ 문제에 대해 본격적으로 논의가 시작돼, 작년 2023년에 일명 ‘프리랜서법’이 제정되었고, 올해 가을에 시행된다.
적용대상과 보호내용이 제한적이다. 적용대상은 법인이든 개인이든 일감을 주는 사람이나 일을 하는 사람 모두 1인이고, 보호내용은 계약기간 명시/보수지급 엄수/갑질금지 등이다.
이와 유사한 내용의 법이 미국에서는 2017년 뉴욕시에서 시작되어 다른 주에 점차 확산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일하는 사람의 권리보장법’ 등으로 발의된 적은 있지만 제정되지 않았다.
한편 우버이츠 유니언은 2019년 노조설립하여 본사에 단체교섭을 요구하여 거부되었으나, 동경도 노동위원회는 2022년 단체교섭을 인정했다. 그러나 동경도 노동위원회는 고용관계를 인정하지 않아 노동기준법의 보호는 거부되었다.
직접고용=>간접고용=>애매한고용으로 고용형태가 크게 변하고 있다.
고용 여부를 보호기준으로 삼을 것이 아니라, 노동서비스를 제공하고 보수를 받아 생활을 영위하는 모든 일하는 시민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노동법의 형태로 제정되어야할 것이다.
이 책은 오랜 기간의 인사업무 경험과 다수의 각 기업 인사담당자와의 인터뷰에 기초하여 일본기업의 인사관리와 사원 대응의 실태 그리고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저자는 일본 회사원들의 70%가 인사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는데, 이러한 높은 불만의 배경으로 회사원 스스로가 자신을 30% 정도 과대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진단을 제시한다. 과대평가의 기준이 명확하다고 얘기할 수는 없지만, 일본기업에서도 조직과 구성원이 생각하는 인재상에 현격한 차이가 있다는 것만큼은 확실한 것 같다.
그리고 저자는 일본기업의 인사관리가 고용보장을 바탕으로 구성원의 동의를 얻지않고 시행할 수 있던 근무지역과 업무내용의 전환 즉 자유로운 직무순환에서 고용보장이 어렵게 되면서 직무순환 명령이 어렵게 되어 일본기업의 최대의 장점이었던 조직운영의 유연성이 저하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翁貞瓊・禹宗杬著 , 中国民営企業の雇用関係 と企業間関係, 2013
이 책은 2010년 현재 기업 수에서 국유기업의 20배 이상, 외자기업의 4배, 종업수에서 국유기업의 2배, 외자기업의 1.3배인 중국의 민영기업의 성장에 주목하여, 플라스틱가공기계제조회사(275명, [평균 121명], 2010년)를 사례분석하여 그 기업의 고용, 임금, 승진관리와 더불어 다른 거래기업과의 관계를 분석하였다.
이 책의 장점은 중국의 민영기업의 사례를 치밀하게 실증분석하여 앞으로의 연구에 밑그림을 제시했다는 점과 중국에서의 경영자와 노동자의 거래관계 및 기업 간의 거래관계가 그 동안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비교적 장기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책은 이러한 새로운 발견을 색다른 관점에서 해석했다는 점이 신선하다. 즉 일본의 장기거래관계가 ‘royalty(충성)’에 기초한 거래관계라고 한다면, 중국의 장기거래관계는 제도학파의 선구자인 John Commons의 개념을 적용하여 ‘goodwill(호의)’에 기초한 거래관계라고 파악한 점이다. 이러한 파악은 장기거래관계를 일본에서만 발견할 수 있는 고유한 거래관계가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다른 발생배경을 가지고 생성될 수 있다는 새로운 인식의 지평을 제시한 것이라 할 수 있다.
禹宗杬・連合総研編, 現場力の再構築へ: 発言と効率の視点から, 2014
이 책은 자동차, 산업기계, 전기기계, 유통, 택배, 외식, 인재파견부문의 경영행동과 노사관계의 분석에 기초하여 현재 일본기업의 생산성이 저하되고 있는 이유를 거품경제 붕괴이후의 1990년대부터 일본기업의 경영행동이 장기이익 추구에서 단기이익 추구로 변화함에 따라 작업현장의 비정규직 비중이 확대되어 생산성 향상을 가능하게 했던 현장력(일상적 작업+이상현상의 발견과 조치)의 ‘여유’가 결핍되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